현생이 지치니 관람하는 영화의 편수도 현저히 줄었다.
[일자 및 영화 / 플랫폼]
10월 7일 : 우리도 사랑일까 / 넷플릭스
10월 8일 : 덩케르크 / 웨이브
10월 10일 : 아이 엠 러브 / 넷플릭스
10월 13일 : 플란다스의 개 / 왓챠
10월 19일 : 꼼메디아 디 피노키오 / SH아트홀
- 영화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시시비비에 대해 적고자 한 것이 아님을 명시합니다. 개인적인 기록물일 뿐.
- 스포일러가 다분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포스터는 취향에 맞는 것으로 선택함.
1007 /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 마고는 예민하고 빈틈이 많은 사람. 그에 반해 루는 조금 더 무던하고 느긋한 사람. 대니얼은 어느 쪽인지를 따지자면, 마고와 닮은 점이 더 많은 사람. 관찰력이 높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빈틈이 많은 사람. 그런 사람에게 동류였던 마고가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고 스스로에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였을지를, 마고가 조금 더 이성적으로 고민했더라면. 분명 결말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마고의 빈틈에 공감하다가도, 마고의 충동성에 조금 거리를 두게 된다.
- 누구나 인생에 빈틈이 있다. 이 빈틈을 메우는 방법은 누구나 조금씩 다르다. 마고의 시누에겐 술이 그랬고, 루에겐 닭이 그랬다. 자신에게 주어진 빈틈의 순간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려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 시작된다.
- 마고가 내내 루와 평온한 삶을 삶다가 2040년 대니얼을 만나러 등대로 향했다면. 마고가 어느 날 꺼냈던 말처럼, 그때쯤이면 키스 한 번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1008 / 덩케르크 Dunkirk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을 뒤엉켜 놓은 뒤 이야기를 푸는 구조를 굉장히 좋아하는 듯. 개인이 물리적으로 겪은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서 풀어나간 이야기의 방향은 모두 한 곳을 향하고 있을 때. 우리 모두, 생존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 전쟁은 누구에게나 상흔을 입히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웃음도, 눈물도 날 수 없는 영화가 된다.
- 아군은 무엇이고 적군은 무엇일까. 후퇴는 곧 패배일까. 그 분주했던 전쟁통에서 살아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의 뒷맛을 남기는 영화.
1010 / 아이 엠 러브 I Am Love
- 색감이 굉장히 아련하다. 콜바넴 제작진이라더니. 빛이나 색감을 굉장히 우아하게 사용한다.
- 미각,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을 영상화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레퍼런스가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감각들을 표현한다. 표현 방식이 굉장히 과감하다. 자유를 표현하거나, 관계의 변화를 표현할 때. 거침이 없다. 그것은 곧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거침이 없는 만큼 주인공의 인생에 깊은 공감대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공감대 부분이 약하다.
- 허울 좋은 가문의 맏며느리. 사업을 물려받은 남편과 아들 둘을 둔 능력있는 여자. 그녀가 억압되었던 힐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뛰어들고 싶은 남자가. 요리사를 꿈꾸는 아들 친구라는 점이 생각보다 깊이감이 와닿지 않는다. 그녀의 어떠한 보상도 보답도 받을 수 없는 사랑이. 도덕적으로도,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힐 것이 명확한 그 사랑이.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때. 그 순간, 그녀는 '사랑' 그 자체가 된다.
- 하지만, 이것을 정말 내정하게 스토리적으로만 보자면. 썩 산뜻하진 않다. 일단 불륜이고. 상대는 아들 친구에. 아주 본능적인 부분(미각)으로 부터 호감도가 깨어나서 그 호감도의 절정을 사랑이라 말하고. 그 사랑의 대가로 아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 아들은 억압된 집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제대로 마주한 동생을 처음으로 인정해 준 가족이었고. 친구의 넘치는 재능을 가장 먼저 눈 여겨 본 사람이었으며. 할아버지가 지키고자 했던 전통을 끝내 지키려 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미래에 '아빠'가 될 예정이었고. 그런데, 그런 아들을. 엄마가 (실수였지만) 엄마의 손으로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선 자기는 자기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남. 그 친구는 식당을 하고 싶다던 자신을 대신해 자기 아빠에게 건물 계약까지 따온 친구를 배신한 거나 다름이 없고.
- 개인적으로 이런 전개와 결말은 영화를 끝까지 시청한 이를 유쾌하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딸의 얼굴을 보며 웃는 엄마를 보며. '너의 선택에 나도 내 인생을 선택하기로 했어'라는 의미를 내포한 거라면. 그건 정말 잘 모르겠다. 딸은 선택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한 것인데. 그렇다면 엄마는 불륜이라는 정체성과 마주했다는 것인가? 엄마가 말하는 사랑은, 선택으로 가능한 문제였고. 딸이 걸어가는 사랑은, 선택 여부가 달린 문제가 아닌데...?
1013 / 플란다스의 개 (#도전왓피캘린지)
- 강아지 연쇄살인범에게 강아지가 생기고, 그 강아지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정의감이 넘치고 오지랖이 넓은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계속해서 애완견을 찾아달라는 전단이 들어오게 된다면.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초창기 영화이고. 지금 보기엔 약간, 이랄까 다수, 랄까. 조금 불편한 장면이 가득한 영화이기도 하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확실하게 살린 영화이고. 풍자적인 내용도 곳곳에 가득한. 들여다보면 볼수록, 담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영화.
- 남자는 교수를 꿈꾸고 있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고. 1,500만원만 있으면 뭐든 가능할 것 같은데. 돈 빌려달라는 전화를 수십통을 해 봐도, 친구들은 누구도 선뜻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안의 실질적 가장인 아내에겐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찌질한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그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도와주어 남자는 끝내 교수직을 얻게 된다. 현남은 관리사무소 경리. 그러나 오지랖이 바다처럼 넓어서. 문구점 하는 친구와 함께 동네의 크고 작은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녀는 그토록 열심히 일했지만, 마지막은 모든 것을 잃은 채 산에 오르는 엔딩.
- 아파트 내 노숙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인 기생충을 떠오르게 하고. 내내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고. 타인을 도와주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모습들이 한데 모여 풍자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자는 강아지 연쇄살인마지만. 현남은 끝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되레 그 남자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기까지 함.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그저 애완견을 잃어버린 불쌍한 남자로 보인다는 사실이. 정말 우리 사는 세상과 다를바가 없어서. 여러모로 뒷맛이 씁쓸한 영화.
- 그나저나 동물 장면은 주의하에 찍었다는데. 그럼에도 꽤 불편한 장면이 많다. 보고 있는 내 마음이 석연찮다.
1019 / 꼼메디아 디 피노키오
- 이세헌 피노키오 / 박경호 루치뇰로 / 조성태 투르키노 외
- 피노키오는 진짜 아이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책을 들고 학교를 향하는데. 학교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서커스단의 유혹도 물리쳐야 하고, 금화도적단도 피해야 하고. 파란머리의 요정인 투르키노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목수 아빠의 말을 잘 듣고 싶은데, 호기심도 많고 궁금증도 많은 피노키오에게 세상은 즐거움 투성이다. 쉽지 않은 길 속에서 루치뇰로 라는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삶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되는 피노키오. 사실은 인간 아이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 맞았는지 부터 되돌아 보는 피노키오가 내린 답은.
- 생각보다 내용이 피노키오의 원작에 충실하다는 친구의 설명을 들었고. 이 안에 '단테'의 '신곡' 내용까지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왜 '신곡'이야기는 자세하게 풀지 않는 거지. 물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초반부는 너무 친절하고, 후반부는 너무 불친절하다. 극 자체는 연출도 새롭고 예쁜 장면들이 많았고, 내용도 독특해서 좋았는데.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 정도.
- 피노키오는 금화가 없어도, 착한 아이는 되지 못했어도. 좋아하는 친구 루치뇰로와 함께니까 행복했으리라.
▷ 개인 별점 (5점 만점 기준)
★★★★★ : (없음)
★★★★☆ : (없음)
★★★★ : 덩케르크, 플란다스의 개
★★★☆ : (없음)
★★★ : 우리도 사랑일까
★★☆ : 아이 엠 러브
★★ : (없음)
★☆ : (없음)
★ : (없음)
☆ : (없음)